자식에게 용돈을 줬는데 오히려 마음이 불편했습니다
며칠 전 저녁, 아들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아빠, 잘 지내?”
평소와 크게 다르지 않은 전화였습니다.
그런데 목소리를 들어보니 무슨 말을 하려는 것 같았습니다.
잠시 망설이던 아들이 조심스럽게 말했습니다.
“요즘 조금 힘들어서 그런데… 혹시 조금만 도와줄 수 있어?”
순간 마음이 복잡해졌습니다.
자식이 힘들다는데 부모가 모른 척하기도 어렵습니다.
“얼마나 필요한데?”
그렇게 물어보고는 결국 돈을 보내줬습니다.
돈을 보내고 나니 마음은 한편으로 놓였습니다.
‘그래도 도움이 됐겠지.’
그런데 잠시 후 통장을 다시 확인했습니다.
그리고 생각했습니다.
‘내가 너무 많이 보낸 건가?’
‘다음에도 또 도와달라고 하면 어떻게 하지?’
이런 생각이 드는 자신이 조금 미안하기도 했습니다.
자식에게 돈을 주면서 계산기를 두드리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50대와 60대가 되면 이런 고민을 하는 것이 이상한 일은 아닙니다.
이제 부모에게도 앞으로 살아갈 시간이 남아 있기 때문입니다.
예전처럼 무조건 자녀에게 모든 것을 내어주기만 할 수는 없습니다.
젊었을 때는 자녀에게 돈을 쓰는 것이 아깝지 않았습니다.
학원비를 내고,
등록금을 마련하고,
필요한 물건을 사주면서도
‘내가 조금 더 고생하면 되지.’
라고 생각했습니다.
자녀가 잘되는 것이 곧 부모의 행복이라고 생각했으니까요.
그런데 자녀가 성인이 되고 나면 상황이 조금 달라집니다.
자녀에게는 자녀의 생활이 생기고,
부모에게도 부모의 노후가 있습니다.
이때부터는 돈을 주는 문제도 조금 더 신중하게 생각할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퇴직을 앞두고 있다면 더욱 그렇습니다.
앞으로 매달 들어오는 돈이 얼마나 되는지,
생활비가 얼마나 필요한지,
예상하지 못한 의료비나 주거비가 생겼을 때 감당할 수 있는지도 생각해야 합니다.
자녀를 돕는 것도 중요하지만 부모 자신의 생활이 무너지지 않는 범위에서 도와주는 것이 더 오래 갈 수 있는 방법입니다.
어느 날 아내와 이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우리 애가 또 돈이 필요하다고 하면 어떻게 하지?”
아내가 한참 생각하다가 말했습니다.
“도와주지 말자는 건 아닌데, 우리 생활비는 남겨놓고 줘야 하지 않을까?”
그 말을 듣고 가만히 생각했습니다.
맞는 말이었습니다.
우리는 아직 건강하게 살고 있지만 앞으로 어떤 일이 생길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병원에 갈 수도 있고,
집을 수리해야 할 수도 있고,
예상하지 못한 큰 지출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자녀에게 지금 몇십만 원을 더 주는 것보다 부모가 앞으로 안정적으로 생활할 수 있도록 준비하는 것도 자녀를 위한 일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부모가 경제적으로 지나치게 어려워지면 결국 자녀에게 더 큰 부담이 돌아갈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자녀가 돈을 부탁했을 때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요?
정답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가족마다 상황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다만 돈을 보내기 전에 몇 가지를 차분하게 확인해보는 것은 도움이 됩니다.
우선 이번 한 번의 도움인지, 반복될 가능성이 있는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한 번 갑자기 필요한 돈과 매달 부족한 생활비는 성격이 다릅니다.
또 돈이 정말 필요한 곳에 사용되는지도 자녀와 편하게 이야기해볼 수 있습니다.
생활비인지,
주거비인지,
교육비인지,
갑작스러운 지출인지에 따라 부모가 생각할 수 있는 방법도 달라집니다.
무조건 캐묻자는 뜻은 아닙니다.
오히려 서로 오해하지 않기 위해 필요한 대화입니다.
그리고 중요한 것이 하나 있습니다.
부모가 줄 수 있는 금액의 한도를 미리 정해두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생활에 필요한 돈을 먼저 남겨두고 그 범위 안에서만 자녀를 돕는 식입니다.
“이번에는 도와줄 수 있지만 다음 달부터는 어려울 것 같다.”
이렇게 말하는 것이 처음에는 쉽지 않을 수 있습니다.
자식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솔직하게 이야기하는 것이 오히려 관계를 오래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부모가 무리하면서까지 계속 돈을 마련하면 어느 순간 부모도 지치고 자녀도 도움에 익숙해질 수 있습니다.
돈 문제는 사랑의 크기로만 해결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습니다.
물론 자녀가 정말 어려운 상황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갑작스러운 실직이나 질병, 주거 문제처럼 혼자 감당하기 어려운 일이 생겼다면 가족이 힘을 모으는 것이 필요할 수도 있습니다.
그럴 때는 단순히 돈을 건네는 것 외에 다른 방법도 함께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필요한 비용을 함께 확인하거나,
공공기관의 지원제도를 찾아보거나,
지출을 줄일 수 있는 부분을 같이 살펴보는 방법도 있습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에서 운영하는 복지서비스는 상황에 따라 대상과 조건이 다르므로 복지로에서 받을 수 있는 지원을 직접 확인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취업이나 직업훈련이 필요한 경우에는 고용24에서도 관련 서비스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부모가 모든 문제를 돈으로 해결하려고 하지 않는 것입니다.
사실 부모가 자녀에게 돈을 주는 이유는 단순하지 않습니다.
자녀가 잘되기를 바라는 마음도 있고,
어려운 모습을 보는 것이 안타까운 마음도 있습니다.
무엇보다 부모라는 이유만으로 자녀에게 무언가를 해주고 싶은 마음이 생깁니다.
그래서 돈을 건네고 나서도 후회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조금 더 줬어야 했나?’
반대로
‘괜히 줬나?’
이런 생각을 오가기도 합니다.
하지만 너무 자책할 필요는 없습니다.
도와주고 싶은 마음도 부모의 마음이고,
내 생활을 지키고 싶은 마음도 당연한 마음입니다.
둘 중 하나가 틀린 것이 아닙니다.
한번은 아들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아빠가 도와주고 싶은 마음은 있어. 그런데 우리도 앞으로 살아야 하니까 무리해서 도와주지는 못해.”
말하고 나니 조금 미안했습니다.
그런데 아들이 의외의 말을 했습니다.
“알아. 나도 부모님한테 계속 손 벌리고 싶지는 않아.”
그 말을 듣고 마음이 놓였습니다.
아마 자녀도 부모가 얼마나 부담을 느끼는지 알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 뒤로 우리는 돈 이야기를 조금 더 편하게 하게 됐습니다.
필요한 것이 있으면 이야기하고,
부모가 어려우면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예전보다 오히려 관계가 편해졌습니다.
50대와 60대가 되면 자녀와의 관계도 조금씩 바뀌어야 하는 것 같습니다.
어릴 때는 부모가 결정해주는 일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성인이 된 자녀라면 이제는 부모와 자녀가 서로의 삶을 존중하는 관계가 필요합니다.
부모가 모든 것을 책임질 필요도 없고,
자녀가 모든 것을 부모에게 의지할 필요도 없습니다.
도움이 필요할 때 서로 손을 내밀 수 있지만,
각자의 생활도 지켜주는 관계가 가장 편안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돈을 주지 않는다고 해서 사랑이 없는 것도 아닙니다.
때로는 돈 대신 함께 식사를 하고,
취업을 걱정하는 자녀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필요한 정보를 찾아주는 것도 충분히 큰 도움이 됩니다.
무엇보다 부모가 자신의 노후자금을 지나치게 희생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자녀가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면 부모 마음은 약해집니다.
하지만 부모에게도 앞으로 살아갈 시간이 있습니다.
국민연금공단의 노후준비서비스에서도 노후생활을 준비할 때 재무뿐 아니라 건강, 여가, 대인관계 등을 함께 살펴보도록 안내하고 있습니다.
자녀를 돕기 전에 내 생활비와 노후자금부터 한번 점검해보는 것도 그래서 중요합니다.
이번 달에 줄 수 있는 돈과 앞으로 10년 동안 감당할 수 있는 돈은 전혀 다른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그날 아들에게 돈을 보내고 통장을 다시 확인했던 일을 지금도 기억합니다.
처음에는 내가 너무 계산적인 부모가 된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생각이 조금 달라졌습니다.
내 생활을 지키면서 자녀를 돕는 것도 부모의 책임일 수 있겠구나.
무조건 많이 주는 것이 사랑은 아닐 수 있습니다.
필요할 때 도와주되,
부모와 자녀가 서로의 삶을 존중하는 것.
그게 오히려 오래가는 방법인지도 모르겠습니다.
50대와 60대가 되면 자녀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이 예전과 달라집니다.
돈만 줄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경험을 이야기해줄 수도 있고,
어려울 때 옆에 있어줄 수도 있고,
따뜻한 밥 한 끼를 함께 먹을 수도 있습니다.
어쩌면 자녀가 정말 원하는 것도 그런 것일지 모릅니다.
다음에 자녀가 돈을 부탁한다면 바로 통장부터 열어보지 말고 잠시 이야기를 나눠보세요.
얼마가 필요한지,
왜 필요한지,
이번 한 번인지,
앞으로도 계속 필요한 상황인지.
그리고 마지막에는 꼭 내 생활도 생각해보세요.
“내가 도와주고도 앞으로 내 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가?”
이 질문 하나만 해도 판단이 조금 달라질 수 있습니다.
자녀를 사랑하는 마음과 내 노후를 지키는 일은 서로 반대되는 것이 아닙니다.
둘 다 중요합니다.
부모도 편안하게 살아야 하고,
자녀도 자기 힘으로 살아가는 경험을 해야 합니다.
그래야 부모와 자녀가 서로에게 부담이 아니라 힘이 되어주는 관계가 될 수 있으니까요.
그리고 아마 그것이 50대와 60대에 다시 배워가는 가족의 모습인지도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