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철은 은퇴한 지 석 달째였다.처음 한 달은 좋았다. 늦잠도 자고, 낮에 목욕탕도 가고, 아내한테 "오늘 점심 뭐 먹지?"라고 물어볼 수 있는 자유가 이렇게 짜릿한 줄 몰랐다. 그런데 두 달째부터 아내의 표정이 조금씩 굳기 시작했다. "오늘 점심 뭐 먹지?"라는 말을 하루에 세 번쯤 듣다 보면 누구라도 그렇게 될 것이다.그래서 병철은 요즘 스마트폰을 붙잡고 산다. 정확히는 동네 복지관에서 배운 중고거래 앱을. 아직 손가락이 화면을 시원하게 못 따라가서 자꾸 엉뚱한 걸 누르지만, 그래도 이제는 "삽니다" 버튼 정도는 헷갈리지 않고 누를 수 있다.문제는 그날 밤이었다. 평소처럼 등산화나 볼까 하고 앱을 켰는데, 낯선 게시글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급처] 타임머신 팝니다. 상태 매우 좋음. 직거래만.병철은 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