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가 되고 나서 이상하게 혼자 해보고 싶은 일이 하나씩 생겼습니다.
그중 하나가 여행이었습니다.
지금까지 여행은 늘 가족과 함께였습니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는 아이들 일정에 맞췄고, 아이들이 커서는 배우자와 시간을 맞췄습니다. 친구들과 여행을 간 적도 있지만 혼자 떠나본 적은 한 번도 없었습니다.
그러다 어느 일요일 아침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 혼자 여행을 가보면 어떨까?”
생각만 며칠 했습니다.
혼자 가서 심심하면 어떡하지.
갑자기 아프면 어떡하지.
식당에 혼자 들어가면 이상하게 보지 않을까.
별별 생각이 다 들었습니다.
그러다 어느 날 그냥 숙소부터 예약했습니다.
예약 버튼을 누르고 나니 오히려 마음이 편해졌습니다.
이번에는 취소하지 말자고 생각했습니다.
여행 당일 아침, 작은 가방 하나를 챙겼습니다.
옷 몇 벌과 세면도구, 휴대폰 충전기, 보조배터리 정도만 넣었습니다.
가족여행을 갈 때보다 짐이 훨씬 적었습니다.
집을 나서면서 배우자에게 말했습니다.
“다녀올게.”
배우자가 웃으며 물었습니다.
“혼자 가서 안 심심하겠어?”
저도 웃으며 대답했습니다.
“하루 이틀인데 괜찮겠지.”
그런데 현관문을 닫고 나오니 조금 떨렸습니다.
기차역에 도착하니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가족끼리 여행을 떠나는 사람도 있고 친구끼리 움직이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괜히 나만 혼자인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기차에 올라 자리에 앉았습니다.
기차가 움직이고 창밖 풍경이 달라지기 시작하자 조금씩 긴장이 풀렸습니다.
그때 처음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누구에게 맞출 필요가 없구나.”
배가 고프면 먹으면 되고, 피곤하면 쉬면 되고, 보고 싶은 곳이 있으면 가면 됐습니다.
가족여행에서는 늘 다음 일정을 생각했는데 혼자 있으니 발걸음이 느려졌습니다.
도착해서 가장 먼저 밥을 먹으러 갔습니다.
그런데 식당 앞에서 잠시 멈췄습니다.
‘혼자 들어가도 괜찮을까?’
별것도 아닌데 괜히 신경이 쓰였습니다.
그래도 문을 열고 들어갔습니다.
“몇 분이세요?”
“한 명이요.”
그게 전부였습니다.
아무도 이상하게 보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혼자 식사하는 손님도 꽤 많았습니다.
그동안 내가 다른 사람의 시선을 너무 의식하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오후에는 계획했던 관광지 한 곳만 둘러봤습니다.
예전 같으면 하루에 여러 곳을 돌아다녔을 겁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일부러 일정을 줄였습니다.
50대 이후 혼자 여행을 한다면 많이 보는 것보다 무리하지 않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걷다가 힘들면 카페에 들어갔습니다.
좋은 풍경이 보이면 잠시 멈췄습니다.
사진도 마음에 드는 만큼만 찍었습니다.
누군가 기다리고 있지 않으니 시간에 쫓길 이유가 없었습니다.
물론 외로운 순간도 있었습니다.
맛있는 것을 먹었는데 이야기를 나눌 사람이 없었습니다.
좋은 풍경을 봤는데 “여기 정말 좋다”라고 말할 사람이 없었습니다.
그때 알았습니다.
혼자 있는 것과 외로운 것은 같은 말이 아니었습니다.
혼자 있는 시간에는 조금 쓸쓸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내가 선택해서 만든 혼자만의 시간은 생각보다 편안했습니다.
저녁 무렵 배우자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밥 먹었어?”
“응. 먹었어.”
“괜찮아?”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습니다.
“응. 생각보다 괜찮네.”
전화를 끊고 나니 웃음이 났습니다.
혼자 여행을 왔지만 완전히 혼자는 아니었습니다.
이번 여행에서 가장 의외였던 것은 여행 준비가 생각보다 중요하다는 것이었습니다.
처음 혼자 여행한다면 당일치기나 1박 2일 정도가 부담이 적습니다.
숙소는 가격만 보고 정하기보다 교통이 편한 곳을 고르는 것이 좋습니다.
기차역이나 버스터미널에서 숙소까지 이동하기 쉽고, 주변에 편의점이나 식당이 있는 곳이면 더욱 편합니다.
예약하기 전에는 최근 후기를 확인하는 것도 좋습니다.
특히 청결도뿐 아니라 위치와 소음, 주변 환경을 함께 보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여행 전에는 휴대폰도 확인해야 합니다.
배터리를 충분히 충전하고 보조배터리를 챙겨두면 좋습니다.
지도 앱에는 숙소 위치를 미리 저장해두고, 기차나 버스 예약 화면도 쉽게 찾을 수 있도록 준비합니다.
숙소 주소와 가족 연락처처럼 중요한 정보는 휴대폰뿐 아니라 메모해두는 것도 좋습니다.
혼자 움직일 때는 작은 준비 하나가 생각보다 큰 도움이 됩니다.
그리고 가족에게 여행 장소와 숙소 정도는 미리 알려주는 것이 좋습니다.
“어디로 가고, 어디에서 잘 거야.”
이 정도만 알려줘도 서로 마음이 편합니다.
경비도 출발 전에 한번 계산해봤습니다.
교통비와 숙박비, 식사비만 생각하면 안 됩니다.
카페, 입장료, 택시비처럼 여행하면서 생기는 작은 지출도 있습니다.
혼자 여행하면 숙박비를 혼자 부담하기 때문에 둘이 여행할 때보다 비용이 높아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예상 비용보다 조금 여유 있게 준비하는 편이 좋습니다.
다만 비싼 여행을 할 필요는 없습니다.
좋은 숙소보다 내가 편안하게 쉬고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는 숙소가 더 중요할 수도 있습니다.
여행지를 고를 때는 한국관광공사의 대한민국 구석구석을 활용하는 것도 좋습니다.
지역별 관광지와 여행 코스, 축제 등의 정보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교통편은 이용하려는 철도나 버스 운영기관의 공식 홈페이지에서 출발 전에 다시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특히 여행 당일에는 날씨나 교통 상황에 따라 일정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출발 직전에 한번 더 확인하는 습관을 들이면 좋습니다.
혼자 여행할 때는 안전도 중요합니다.
늦은 밤 낯선 골목을 혼자 걷는 것은 피하고, 너무 외진 숙소는 처음부터 선택하지 않는 편이 좋습니다.
평소 복용하는 약이 있다면 여행 기간에 맞춰 챙겨야 합니다.
갑자기 몸이 좋지 않다면 계획했던 관광지를 포기하고 쉬어도 됩니다.
여행은 계획한 장소를 모두 가는 것이 목표가 아닙니다.
무사히 돌아와 좋은 기억으로 남기는 것까지가 여행입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기차 안에서는 이상하게 아쉬웠습니다.
출발할 때는 빨리 집에 가고 싶었는데 막상 돌아가려니 여행이 너무 짧았던 것 같았습니다.
집에 도착하자 배우자가 물었습니다.
“재미있었어?”
저는 잠시 생각하다가 대답했습니다.
“응. 생각보다 괜찮더라.”
그리고 웃으며 덧붙였습니다.
“다음에는 조금 더 멀리 가볼까?”
말하고 나니 저도 웃겼습니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혼자 여행을 걱정했던 사람이었으니까요.
이번 여행을 다녀온 뒤 꼭 혼자 여행을 자주 해야겠다고 생각한 것은 아닙니다.
가족과 함께 가는 여행도 좋고 친구와 떠나는 여행도 좋습니다.
다만 한 가지는 확실히 알게 됐습니다.
누군가의 시간이 맞을 때까지 내가 하고 싶은 일을 계속 미룰 필요는 없다는 것.
50대가 됐다고 새로운 것을 시작하기에 늦은 것은 아닙니다.
60대라고 해서 더 늦은 것도 아닙니다.
처음에는 가까운 곳으로 하루 다녀와도 됩니다.
혼자 커피 한 잔을 마셔도 좋습니다.
혼자 영화를 봐도 좋습니다.
평소 가보지 않았던 동네를 천천히 걸어도 좋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창밖을 바라보면서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나도 아직 해보지 않은 일이 꽤 많구나.”
50대가 되면 지금까지 살아온 경험 때문에 세상을 어느 정도 다 안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런데 막상 혼자 여행을 떠나보니 아직 해보지 않은 일이 많았습니다.
처음 혼자 여행을 떠나기 전에는 외로울까 봐 걱정했습니다.
그런데 돌아와 보니 외로움보다 자유로움이 더 오래 기억에 남았습니다.
아마 앞으로도 가끔 혼자 떠날 것 같습니다.
멀리 갈 필요는 없습니다.
하루면 충분할 수도 있습니다.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여행이 아니라,
나중에 사진첩을 열었을 때
“그때 나 혼자서도 참 잘 다녀왔구나.”
하고 웃을 수 있는 여행이면 충분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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